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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과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9-04 조회수 685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과  「사전의료의향서」

〔경향신문칼럼 : 2015년 4월 6일〕


스코트 니어링(1883~1983)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경제학자로, 후반생을 버몬트와 메인의 숲에서 농업과 임업을 영위하며 살았다. ‘조화로운 삶(Living the good life)’, ‘스콧 니어링 자서전등 많은 저서를 남기고 100세를 넘겨 장수한 그는 사후에는 세인들로부터 위대한 자유인으로 칭송과 존경을 받고 있다. 그 스코트 니어링이 말년에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 친구한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내 건강 상태를 염려하는 편지 고맙네. 자네 제안을 내가 이해하건대 자네는 다달이 내가 소변을 받아다 자네에게 갖다 주고 필요한 처방이나 치료를 받기를 권하고 있네. 내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내 삶의 남은 기간 동안 의사의 감독아래 수명을 늘리려고 애쓰는 셈이 되는 걸세. 고맙네만 나는 그런 과정을 밟느니 차라리 일찍 죽는 편을 택하겠네.

내 방식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보통의 건강과 원기를 유지하면서 적절히 절제된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라네. 내가 올바른 식사방식과 절제된 생활로 잘 지낼 수 없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죽는 것이 나와 내가 속해있는 사회를 위해서 좋을 것이라 생각하네.“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중에서)


버몬트에서 메인으로 이주한 뒤 스코트 니어링은 1963년에 작성하고 1982년까지 두 번에 걸쳐 보완하면서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즉 요즘으로 말하자면 사전의료의향서를 남겼다. 마지막 죽음이 가까워오면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 말고,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는 뜻을 포함해서 최후 단계를 위한 의향서를 써놓았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체계적이면서 상세하게 작성해놓은 가장 오래된 사전의료의향서가 바로 스코트 니어링의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100세가 가까워오자 평소 소신에 따라 자의로 식음을 끊고 존엄한 마무리를 택했다

 

몇 십 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새삼 그분의 일면을 인용하는 뜻은 나 스스로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존경하는 탓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제 와서 과정으로서의 생애 자체를 닮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인간이면 누구나 마주해야 하는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그 분의 사례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모든 시니어들 - 성인들이 너나없이 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자는 이야기다.


100세 장수시대라고 한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아흔을 넘어 사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병원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 소위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고통을 받으면서 경제적 부담으로 남은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사례들을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근래에 부쩍 연명의료의 중단이나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진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니어 사회봉사단체 사단법인 희망도레미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을 운영하면서, 전국의 어르신들을 포함한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사전의료의향서에 관해 홍보하고 이의 작성과 활용을 안내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뜻에서이다. 이를 통해 그 작성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방법과 절차를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삶을 보다 품위 있게, 마무리를 보다 존엄하게맞이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자는 것이 사단법인 희망도레미 - 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의 꿈이자 소망이다.

가능하다면 스코트 니어링의 삶과 죽음처럼.

 

사단법인 희망도레미 - 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

단장  김영길